한국 웹 20주년 컨퍼런스 – 참관후기 및 청취세션 다이제스트 #3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한국 웹 20주년 국제 컨퍼런스의 오후 세션 5개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지막 4개의 세션에 관하여 다룹니다. 첫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이 포스팅의 내용은 발표 전체의 흐름 또는 발표자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결제의 변화와 대응 (김기영 안랩본부장 外)

천송이 코트가 국무회의에 등장한 이후, 인터넷 결제는 한국 웹 산업에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종사하는 저 역시 결제에 대한 이슈는 (야근 횟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피부에 와닿는 이슈인데요. 페이게이트 이동산 이사, 페이민트 김영환 대표, 금융보안연구원 민상식 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패널토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패널토의 인터넷 뱅킹/결제의 변화와 대응

패널토의 인터넷 뱅킹/결제의 변화와 대응

토의는 전반적으로 정부정책의 잘못된 방향을 성토하고 민간과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인 해법도출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금융권 정보누출 사고와 천송이 코트 이후로, 금융권과 결제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요. 그 주체가 결제와 전산의 전문가 집단이 아닌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결제원이 되고 있어, 대책에 현실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윤석찬 이사님 역시 비슷한 말씀을 하신 바 있지요.) 금융권 역시 R&D는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상황을 모면하려 할 뿐 문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축적되지 않는 안된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정책접근의 차이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요., 높은 진입장벽을 일단 넘으면 보안감사는 수년에 한 번 받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사업자 라이선스를 받기는 쉽지만 일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이를 박탈당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미국은 자기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보안에 신경쓰겠지만, 한국은 보안시스템 도입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근에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일 앱 기반의 간편결제 도입에 대한 의견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동산 이사의 시각이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ActiveX 역시 10년 전에는 신기술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적어도 다른 기술에 비해 보안의 측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에 한국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는 것이 이동산 이사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러한 과거를 돌이켜보지 않고 한국 웹이 또다시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간편결제 도입에 함몰되어 버린다면, 10년 후에는 또다시 결제시장을 특정 벤더나 기술이 좌우하는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통찰력 담긴 지적이었습니다. 김영환 대표 역시 정부와 산하기관이 간편결제를 여러 대안의 하나가 아닌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강제사항으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하였습니다.

 

네이티브 웹앱 기술 동향 및 전망 (이원석, W3C System Webapp Work Group 의장)

이번 세션은 웹이 네이티브 앱을 뛰어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들을 정리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원석님은 지금 시대의 웹이 비교적 낮은 성능, 제한된 하드웨어 API, 브라우저간 파편화로 인하여 네이티브 앱에 밀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웹 진영에서 준비하고 있는 스펙들에 대하여 소개하여 주셨습니다.

주요하게 소개된 스펙으로는 HTML5 Service WorkerManifest Format가 있었는데요. 모두 웹앱을 오프라인 또는 백그라운드에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데에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개발자가 캐시(cache)를 직접 관리하고, 홈 스크린 설치 후 테스크 관리자에서 네이티브 앱과 동일하게 웹앱을 관리하게 하는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스펙들이 준비를 끝마치면, 웹앱은 기존 네이티브 앱과 동일한 UX를 제공하면서도 설치와 업데이트가 필요없어 더 민첩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웹 진영이 UX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네이티브 앱을 쫓아가려고 하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안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보면 네이티브 앱을 쫓아가려는 웹의 시도가 성공하게 될지 실패하게 될지는 시간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간신히 웹이 네이티브 앱의 수준에 도달했는데, 사용자들이 이미 앱의 UX에 싫증내기 시작했다면 그동안 웹 진영이 투입해온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테니까요.

 

시맨틱 웹과 LINKED OPEN DATA (김학래, 삼성전자)

대단히 정직한 제목이죠. 이 세션에서는 삼성전자 김학래님께서 나오셔서 시맨틱 웹과 링크드 오픈 데이터의 개론적인 소개를 하고, 이에 대하여 삼성전자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쇼케이스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구글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대체로 상위에 나오는 것은 Wikipedia였고 Social Media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 정보가 수집되고 연결하는 서비스들이었죠. 그러나 김학래님은 언젠가부터 구글이 가수이름을 검색하면 가수 소개 뿐만 아니라 앨범이나 공연정보도 묶어서 보여주고, 지역이름을 검색하면 지도와 관광정보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저는 한국어 웹에서만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김학래님은 앞으로 정보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컴퓨터)에 의해 연결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이러한 웹 환경이 다름아닌 시맨틱 웹이고, 이렇게 연결된 정보들이 바로 링크드 오픈 데이터라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어떤 웹 페이지에 “창경궁은 조선 성종 때에 건축한 궁궐이다”라는 문장이 있고, 다른 웹 페이지에 “조선 고종 2년,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의 중건을 명하였다”라는 문장이 있을 때, 웹을 떠돌아다니는 전혀 다른 이 2문장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창경궁과 경복궁은 모두 조선시대의 궁궐이다”라는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시맨틱 웹의 세계가 될 것입니다.

Growth and the Linked Data Cloud

Growth and the Linked Data Cloud

현재 구축되고 있는 Linked Open Data의 모습을 시각화한 자료도 발표자료에 등장했는데요. 지금은 하도 커져서 2010년도 이후로는 더이상 업데이트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이어서 삼성전자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가 있었는데요. 겉으로 볼 때에는 우리가 네이버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해당하는 정보가 잘 시각화되어 나오는 화면 최상단의 박스와 같아 보였는데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네이버는 이를 대량의 인적자원을 투입해서 시각화했지만, 삼성전자의 프로젝트는 엔진이 데이터 간의 연결관계를 스스로 구축하여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입니다. 프로젝트가 충분히 진행이 되면 일반에 공개하고 싶다는 포부도 보이셨습니다.

 

HTML5 게임 플랫폼 및 개발 방향 (정창진, 마상소프트)

거의 대부분의 세션에서 네이티브 앱을 웹이 당면한 도전자로 보는 시각이 나타났는데요. 웹이 네이티브 앱을 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최종보스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은 대단히 특이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우리가 워드작성을 할 때는 한쪽 모니터에 동영상을 틀어놓고 또 한켠에서는 카톡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할 때는 온전히 게임에만 몰입하죠. 멀티테스킹이 필요없는 한편 몰입감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가진 게임은, 일반적으로 디바이스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최상의 성능을 끌어내고자 노력합니다. 웹과는 참으로 상성이 맞지 않는 소프트웨어인 셈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마상소프트의 정창진 CTO님은 아직 웹에서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합니다. 웹을 위한 여러 게임개발도구와 엔진을 소개하셨지만, 네이티브 앱에 필적하는 만족스러운 성능은 얻을 수 없으셨다고 하는군요. 특히 실행환경과 3rd Party 엔진 도입여부를 불문하고, 가로폭 1280픽셀을 넘는 해상도로 개발할 경우 게임실행 자체가 어려울 정도의 성능저하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정창진 CTO님이 우려하는 또하나의 이슈는 바로 보안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적의 손아귀에“라는 금언이 있는 게임개발에 있어, 마크업부터 자바스크립트까지 모든 소스가 외부에 드러나는 웹 플랫폼은 참으로 난감한 개발환경입니다. 또한 일반 웹 서비스와는 달리 게임은 Cross Domain 이슈가 있기 때문에, JSONP 외에는 대안이 마땅하지 않는데 이 또한 표준이 아닌 고육지책에 불과한 등 여러 가지로 웹 게임의 갈 길에는 과속방지턱이 많아 보입니다.

 

총평

하나하나의 강연들이 기술적인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전반적인 트랜드를 잡아주는 주제가 많았던, 근년에 보기 드문 대규모의 컨퍼런스였습니다. 눈 앞의 업무에 함몰되기 쉬운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처럼 기술의 거시적인 발전방향을 잡아주는 컨퍼런스가 단비와 같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연사들이 저마다의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였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연사들이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웹을 위해 네이티브 앱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시각을 가진 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세션들 역시 이러한 위기감에 초점을 맞춘 주제들이 많았고요. 이미 모바일로 빠르게 디바이스의 패권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웹이란 기술의 또한 웹 개발자인 저 자신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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