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적 기업의 인증은 표준이 된다: 알리바바의 QR코드 투자에 담긴 포석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 투자를 받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Visualhead은 많은 의문과 해석들을 낳고 있습니다. Visualhead는 QR코드 리더로 읽을 수 있지만 코드 뒤에 이미지나 동영상 삽입이 가능한 Dotless visual codes 생성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입니다.

Visualead CI

QR코드를 비롯한 O2O(Online To Offlin) 기술은 태생 자체가 과도기적 기술입니다. 이것은 생명력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QR코드는 난이도 있는 기술도 아니어서, 이것으로 거액의 투자를 성사시켰다는 뉴스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QR코드의 스펙상 그 뒤에 이미지나 동영상 삽입이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래서 이 기술에 Dotless visual code라는 무언가 특별한 네이밍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알리바바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해석도 엇갈립니다. IT 전문 저널인 TechCrunch는 이를 세계시장이 아닌 중국시장 내에서의 경쟁력 확보로 해석하였습니다. 특히 경쟁사 텐센트의 메신저 앱인 웨이신에서 상품구매나 브랜드·기업정보 열람에 QR코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견제로 소비자가 스캔할 확률을 (개발사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QR코드 대비 4배로) 높여주는 새로운 QR코드 기술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인데요. IT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였던 나라에서는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O2O 분야가, 아직 중국에서는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남아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WiredFinancial Times 등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해석을 내놓았는데요. 제가 좀더 주목하고 있는 해석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알리바바의 불안요소로 떠오른 모조품, 이른바 짝퉁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인데요. 기사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계획하고 있는 모델은 정품인증으로, 판매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Dotless visual code를 상품라벨에 포함시키고 타오바오앱으로 이를 스캔하면 해당 상품의 인증정보를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물론 인증정보 표시과정에서 마케팅 기회도 덤으로 얻을 수 있고 말이죠.) 이 인증과정은 이미 로레알이나 페레로로쉐 등의 브랜드에서는 적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QR Code made by Visualead

Visualead에서 생성한 Dotless visual code. 무료로 생성한 경우에는, 광고 페이지가 먼저 표시된 후 리다이렉트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굳이 기존의 QR코드로도 못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기존의 QR코드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흑백에 분명한 형태가 드러나는 탓에 복제가 대단히 쉽다는 것입니다. Dotless visual code는 이미지나 동영상이 결합된 형태라서 복제가 상당히 어렵고, 여기에 Visualhead의 창업자인 Nevo Alva의 발언에 따르면 이 인증정보는 한 번 스캔되면 더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소각한다는군요.

 

시장지배적 기업의 인증은 표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단지 QR코드 기술에 이와 같은 거액의 투자금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벼워보입니다. 알리바바 정도의 규모라면,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면 쉽사리 이러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요. 저는 그 전략을 유통표준 인증제도의 장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지배적 기업이 어떤 인증제도를 도입하면, 그 제도는 사실상 그 사회의 표준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채용정책이나 대졸자들의 취업시장이 삼성의 SAT에 좌우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알리바바는 아직 유통질서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중국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기업입니다. 이 시점에서 알리바바가 만약 정품인증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그것은 그 이전까지 제도가 전혀 없던 중국시장에 사실상의 표준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공산품이 세계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러한 인증방식은 분명히 국제무역에서도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현실성없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지금은 각 나라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스탠다드 푸어스(S&P)무디스와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창업 당시에는 미국 철도회사들의 기업보고서를 발간하거나 채권 신용평가를 하던 회사였습니다. 이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한 세기 쯤 지난 뒤의 우리 후손들은 알리바바의 인증마크가 붙어있는 상품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Moody's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무디스는 미국 최초의 철도기업 채권 신용평가로 시작했다. (사진출처:블룸버그)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QR코드 그 자체가 아닙니다. QR코드는 단지 알리바바가 계획하고 있는 인증제도를 당장 시대에 맞추어 시작하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술이 진보하여 근거리 통신이나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 등의 방법론이 나오면, 기존의 인증제도에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의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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