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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박스는 커머스 기업이 아니다.

미미박스(http://www.memebox.com)를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미미박스가 커머스(상거래) 기업이라는 점에는 공감을 하는 듯 보입니다. 미미박스는 많은 이들에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고, 언론에서는 그들의 비즈니스를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미미박스가 커머스 기업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언뜻 무모하게 들립니다.

미미박스 CI

그러나 미미박스를 커머스 기업으로 정의하는 순간, 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중앙일보에 지난 15일 올라온 〈화장품 공짜로 받아 한 박스에 1만6500원 ‘봉이 하선달’ 입니다〉라는 기사 역시 이러한 의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커머스 기업이 상품을 공짜로 들여온다는 믿기 어려운 기사제목에, 귀가 솔깃해진 CEO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의문들은 커머스적인 접근으로는 풀릴 수 없습니다. 상품소싱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료로 상품을 매입해올 수는 없습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아무리 새로운 비즈니스라도, 그 정도의 시장규모로는 미미박스의 성장세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미미박스라는 기업을 다른 성격으로 정의해보려는 이유입니다.

 

미미박스는 광고대행사이다.

저는 미미박스라는 기업을 광고대행사라고 정의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그들은 제휴를 맺은 화장품 메이커의 상품을 TV에 소개하고 있고, 그 횟수는 매월 56회에 달합니다. 판촉활동에 따른 소비자 반응을 20페이지 분량의 주간보고서와 150페이지 분량의 월간보고서로 제휴사에 돌려줍니다. 이 정도로 제휴사 마케팅에 역량을 쏟는 회사를 광고대행사가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미미박스가 다른 광고대행사와 차별화된 요소가 있다면,광고비를 금전이 아닌 현물로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광고주 입장에서는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광고비를 금전으로 지불하는 것은 회계상으로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를 창고로 쌓여있는 재고로 대체할 수 있다니요! 자금순환에 대한 마음고생이 심한 중소 화장품 메이커들에게는, 훨씬 적은 리스크로 마케팅 대행을 맡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미미박스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는 마케팅 대행의 대가로 받은 현물을 현금화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시장이 축소되어 더이상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면, 다른 커머스 방식으로 판매하면 끝입니다. 미미박스 홈페이지가 직접 미미박스 제휴사의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소셜커머스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다면 해외판로를 개척하면 됩니다. 미미박스가 최근에 영문사이트를 구축한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미미박스에 대한 사례분석은 반드시 그들의 마케팅 역량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미미박스의 핵심역량은 소셜커머스 MD들의 상품소싱 능력보다는 광고대행사의 영업능력과 유사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를 간과하고 커머스적인 접근으로 시작한다면, 결국 꼬리가 개를 흔드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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